일본대사가 청와대에서 발송한 설 선물을 반송했다. 독도 사진이 있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직접적인 언급까지 했다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고 화가 난다. 이런 사건이 있는 날이면 2019년 일본이 했던 일이 생각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밥줄을 뒤흔들려고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항의하려 일본에 찾아간 대한민국 공무원들을 창고 같은 곳에서 맞이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까지 했다. 우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당시 개발은 어느 정도 되었으나 라인 테스트를 해 보지 않았던 우리나라 소재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당시 파트너십을 형성했던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증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반도체 설계를 수나노로 구현하는 포토레지스트리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
일본 수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산업을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들 중 빨리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세계에서 단 2곳 (일본, 유럽) 밖에는 제조하는 곳이 없고 현실적으로 유럽에서 당장 국내 수요만큼 수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토레지스트는 나노 사이즈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도면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유기화학 소재로 자외선 빛이 오차 없이 그대로 그어져야 하기 때문에 화학 소재 순도의 균일성과 기계적 열적 물성의 최적화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 만큼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있는 장비와의 궁합이 맞느냐의 문제가 있었다. 소재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수십억 원 하는 장비를 소재 때문에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정부의 편에 서느냐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삼성전자도 당시 화두였던 일본 강제 노동에 대한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 편이었고,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제품 개발을 위해 주 52시간 노동을 초과하는 업무도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회자되었던 기업이 동진쎄미켐이다. 동진쎄미켐은 이미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었고, 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도 스마트폰 접착제 분야에서 갖고 있어서 제품 개발 및 적용에 대해 손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2년여의 연구 끝에 지난 21년 12월 삼성 화성공장에서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양사에 확인해 본 결과 5나노 공정까지 가능할지는 양사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으나 국내 소재가 세계 최고 반도체 공정에 적용 후보에 까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올라갔다는 것은 대단한 내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재정부장의 주식투자 소식에 급락한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동진쎄미켐의 기술력은 고객사들로부터 인정받았으며, 일본대사 선물 반송을 넘어 일본 수출규제가 더 과도해질 지라도 앞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전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있다.
99.9999999999999(15N) 초고순도 불화수소 제조 기업 렘테크놀러지
"5나인이 없다..."는 뉴스가 나왔다. 일반인들이 불화수소를 언론에서 처음 접한 것은 2012년도 경북 구미에서 발생했던 유독물질 유출 사건 때였다. 당시 환경오염으로 인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주변 농지는 거의 초토화되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을 호소했었다. 그래서 대단히 위험한 물질이라 생각했지 중요하다는 인식이 없었다. 일 볼 수출규제 품목에 불화수소가 올라오자 많은 국민들은 의아해했다. 그렇게 해로운 물질을 왜 일본에서 만드는 것일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도체용 불화수소는 상온에서 기화되는 액상 소재를 항상 똑같은 순도로 유지하되 99.999%까지 보증해야 하는 엄청난 물질이었다. 보증할 수 있는 측정장비조차 국내에서는 생소했다. 기업 간의 신뢰만으로 99.999% 불화수소를 수출입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데이터로 증명해 주어야 했다. 국내 화학 관련 종사자들은 이 기술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반도체 제조가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이때 해성같이 등장한 기업이 램테크놀러지다. 사실 너무 생소한 이름이어서 국내 주식에 상장되어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이 기업은 2001년 설립되어 반도체용 식각액, 박리액 및 첨단기기 제조용 화학 소재를 제조 판매하였다. 이미 99.9999999%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원하는 수준으로 검증하고 원하는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는 캐파가 되느냐 였다. 램테크놀러지는 빠르게 증설과 공급 준비를 진행했다. 그리고 경쟁자들을 누를 수 있도록 99.9999999999999(15N)로 기술 수준도 올린다.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을 획득하였는데, 제조 공정 중 정제방법 및 정제장치가 연속 공정이어서 저비용으로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생산량 및 처리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수출규제가 수출 금지로 바뀔 지라도 대안이 될 수 있는 기업이 생긴 것이다.
일본은 정권의 위기가 다가올 때마다 한국을 괴롭히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최근 1일 수십 명도 되지 않던 코로나 확진자가 일본 내에서 수만 명으로 늘어나자 일본 현 정권은 한국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 지금은 일본 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선물을 거절하는 정도이지만, 곧 그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 일본대사 선물 반송에서 얼마나 더 커질까? 일본 수출규제 카드는 우리에게 매우 아플 수 있으나 소홀했던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육성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소재 분야는 2년여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 주식시장이 빠른 시간에 정상화되어 이러한 노력이 주가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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